무주산골영화제
영화소풍 무주산골영화제
2013년 무주산골영화제가 처음 시작되었을 때를 떠올립니다. 전라북도 무주군, 인구 2만 5천여 명의 소도시, 밤이 찾아오면 여기가 사람이 사는 곳이 맞나 싶고 게다가 단 한 개의 극장도 없었던 이 작은 산골 무주에서 영화제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의심했습니다. 누군가는 곧 없어질 거라고 했고 누군가는 또 영화제냐 고도 했습니다. 물론 그 의심은 호사가들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영화를, 그것도 이미 극장에서 개봉한 영화를 주로 상영하면, 사람들은 멀리 이곳까지 영화를 보러 올까? 불안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영화제가 시작되면 어디선가 바람처럼 스윽 나타나 텅 빈 극장을 채우며 밝은 미소로 화답해준 관객 여러분들 덕분에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변해갔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지난 5년간 이렇게 자기 의심과 자기 확신 사이에서 조금씩 성장해왔습니다. 이제 초여름의 낭만영화제로 자리 잡게 된 무주산골영화제는 지난 5년 동안 관객 여러분과 쌓아온 신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새로운 5년을 상상하며 여섯 번째 영화소풍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작년 영화제 이후 보낸 지난 1년은 크고 작은 변화의 조짐과 변화의 순간들로 가득한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변화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때론 즐거워했고, 때론 불편해했으며, 때론 두려워했습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한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이 낯선 시간 속에서, 첫 영화소풍을 시작하며 생각했던, 우리가 사랑해야 할 영화와 영화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을 떠올리며 여섯 번째 영화소풍을 준비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변화는 당연하다고 여기던 것들을 의심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에 의해 시작됩니다. 그러므로 영화를 사랑하는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영화는, 세상이 얼마나 안전하고 아름다우며, 살만한 것인지 이야기하는 영화보다 이 세상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비정상적이며, 변화를 필요로 하는지 이야기하는, 세상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상상력으로 무장한 영화일 것입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영화제들 중 지방의 소도시에서 열리는 그저 작은 하나의 영화제이지만 영화를 통해 관객 여러분과 함께 꾸고 싶은 꿈은 세상에 질문을 던지는 이런 영화들이 꾸는 꿈과 맞닿아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꿈을 꾸는 것이 세상의 모든 영화제와 함께 무주산골영화제가 지속되어야 할 이유이길 소망합니다.
초록빛으로 가득한 6월, 하늘과 별과 바람과 숲으로 가득한 산골 무주에, 다시, 영화가 도착합니다. 27개국 77편의 영화가 만들어낼 길을 따라 무주 곳곳을 어슬렁거리며 무주산골영화제의 꿈과 함께 할 여러분을 기쁜 마음으로 초대합니다.